“AI는 모두를 위한 기술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즐겨 쓰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 말은 절반만 사실입니다.
기술의 민주화란 언제나 이상으로 제시되어 왔습니다. 인터넷이 그러했고, 스마트폰이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보급 초기,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먼저 닿습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은 기술의 성격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Epoch AI와 Ipsos가 2026년 3월부터 4월에 걸쳐 실시한 세 차례의 설문 조사는 바로 그 물음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을 내놓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조사 결과는 단순하되 묵직합니다. 지난 한 주간 Claude를 사용한 미국 성인의 80%가 연간 가구 소득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 이상의 가정에 속합니다. 미국 성인 전체에서 해당 소득 구간의 비율이 50%임을 감안하면, Claude 사용자 집단의 소득 편향은 단순한 편차가 아니라 구조적 집중입니다.

저소득층 방향에서 들여다보면 그 간극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Meta AI 사용자의 32%는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의 가구에 속하는 반면, Claude 사용자 중 그 비율은 7%에 불과합니다. 다른 서비스들(15~22%)과 비교해도 Claude의 저소득층 비율은 유독 낮습니다.
그런데 — 절대적 점유율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수치를 보고 Claude가 고소득층 AI 시장을 장악했다고 읽는다면, 그것은 절반의 독해입니다. Epoch AI 스스로도 경고하듯, Claude의 우위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입니다.
고소득 사용자들 사이에서의 실제 점유율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ChatGPT가 3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Gemini가 24%, Copilot이 14%를 기록하는 반면 Claude는 6%에 머뭅니다. 게다가 고소득 성인의 44%는 아직 AI 서비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즉 Claude는 자신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층이 몰린 서비스이지만, 그 풀 자체가 작습니다. 파이의 조각 성분이 다를 뿐, 파이의 크기는 여전히 작습니다.
왜 Claude 사용자는 유독 부유한가요
이 편향의 연원은 어렵지 않게 추적됩니다. 첫째는 가격 구조입니다. Claude의 최상위 구독 플랜인 Max 요금제는 월 200달러(약 28만 원)에 달합니다. 자연스럽게 전문직·고소득층 중심으로 사용자가 걸러집니다.
둘째는 주요 사용 사례입니다. Claude 수익의 상당 부분은 기업 및 API 사용에서 나옵니다. 코딩, 법률 문서 검토, 복잡한 분석 작업 — Claude가 강점을 가진 영역은 고숙련 전문직이 주로 다루는 일들입니다.
셋째는 전략적 포지셔닝입니다. Anthropic은 처음부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내세우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해왔습니다. 대중 마케팅을 앞세운 Meta AI나 무료 접근성을 강조한 Gemini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릅니다.
더 나쁜 소식 — 보이지 않는 불평등
단순한 접근 편향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덜 심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Anthropic 자체 연구가 이 불평등이 훨씬 더 깊은 곳까지 뻗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입니다.
‘Project Deal’이라는 실험에서, Anthropic은 더 강력한 Claude 모델(Opus)이 약한 모델(Haiku)보다 협상에서 일관되게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Opus 모델을 사용한 판매자는 건당 평균 2.68달러를 더 받았고, 구매자는 건당 2.45달러를 절약했습니다. 그리고 더 약한 모델을 사용한 사람들은 자신이 불리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중고 접이식 자전거가 Opus 시장에서는 65달러에 팔렸지만, Haiku 시장에서는 38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실험 후 Anthropic이 전체 거래 기록을 공개하고 공정성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두 데이터를 겹쳐놓으면 우려스러운 그림이 그려집니다. 강력한 AI 모델은 이미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고, 강력한 AI를 쓸수록 경제적 협상에서 유리하며, 그 격차를 상대방은 알아채지조차 못합니다. AI가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을 조용히, 그러나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모두를 위한 AI”는 아직 구호일 뿐입니다
물론 이 조사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Claude와 Grok의 풀링 표본은 상대적으로 작아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 수치를 확정적 결론으로 읽기보다, 주목해야 할 경향으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지금의 AI 생태계는 접근 비용, 사용 사례, 모델 성능의 세 측면에서 모두 계층 편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Meta AI가 저소득층에 더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반드시 “좋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더 약한 모델이 더 넓게 보급된다면, 접근의 평등이 결과의 불평등을 가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려면, 접근권만이 아니라 모델 품질의 격차까지 좁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AI로부터 동등하게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 Bastian, M. (2026, April 26). Survey finds Claude’s weekly active users in the US skew far wealthier than any rival AI assistant. THE DECODER. 링크
- Falkman Olsson, C., & Lee, J. (2026, April 22). Claude users skew towards higher-income households; Meta towards lower-income. Epoch AI. 링크
- Ipsos. (2026, April 13). Half of Americans report using AI services. 링크
- THE DECODER. (2026). Anthropic says stronger AI models cut better deals, and the losers don’t even notice. 링크
- mlq.ai. (2026). Anthropic Demonstrates AI Agent Negotiation Capabilities Through Marketplace Experiment.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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