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협상을 하면 잘 할까?

[AI 협상 에이전트의 미래와 위험]

MIT와 스탠퍼드, 구글 딥마인드 등 세계적인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최신 논문에서는 소비자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간 협상과 거래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미래 시나리오를 실험적으로 재현하였습니다. 논문 제목은 “The Automated but Risky Game”으로, 2025년 6월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대형 언어 모델(LLM)이 인간을 대신해 상품 가격을 협상하고 거래를 체결하는 환경을 설계하고, 실제 전자기기, 차량, 부동산 등 100개 제품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AI 모델이 협상에 임하는 성능을 비교했습니다.

이 연구는 AI 에이전트의 자동 협상 능력이 단순한 기술적 흥미를 넘어서, 실제 사용자에게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에이전트-대-에이전트’ 협상은 AI 성능의 불균형에 따라 거래 결과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용자가 예산을 초과하거나, 판매자가 원가 이하로 제품을 넘기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실질적 재정적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과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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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AI 협상 에이전트의 기술력 격차와 불균형 게임]

연구팀은 GPT-4o, Qwen2.5, DeepSeek 등 최신 대형 언어 모델 9종을 대상으로, 동일한 제품과 조건에서 협상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모델 간 협상 능력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며, 특히 성능이 높은 모델은 판매자로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키고, 구매자로서는 더 많은 할인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협상 자체가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서, 성능 격차가 곧 상대방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구조적 불균형을 뜻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예산 조건에서도 강력한 판매자 모델과 약한 구매자 모델이 맞붙었을 때, 구매자는 평균적으로 2% 이상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고, 반대로 강력한 구매자 모델은 약한 판매자 모델을 상대로 평균 9.5% 이상의 이익을 취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AI를 쓰면 이득”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AI 모델의 성능 차이가 실제 사용자 간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예산이 높은 구매자일수록 협상 초기 가격에 쉽게 타협하는 ‘조기 합의(Early Settlement)’ 경향도 확인되었으며, 반대로 예산이 적은 경우엔 더 적극적인 가격 인하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재정 상태를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고소득층이 오히려 AI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에이전트 자동화의 사회경제적 파급력]

이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 에이전트의 자동 협상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그 결과가 공정하고 안전하지 않다면 오히려 사용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 소비자가 단말기 내장형 소형 AI 모델을 사용하고, 대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초거대 모델을 활용하는 상황이라면, 이 격차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의 구조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통한 자동 거래와 고객 대응을 점점 확대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는 기술적 효율성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AI 협상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모델의 안정성, 예산 준수 여부, 과잉지불 방지 기능 등 다양한 리스크 대응 전략을 갖춰야 하며, 법적·제도적 차원의 안전장치 마련도 시급합니다.

향후에는 AI 에이전트 간의 대화와 협상에서 발생하는 윤리적·법적 문제, 그리고 인간 사용자와 AI 간의 신뢰 구조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동화의 편리함 이면에 숨어 있는 ‘불균형의 덫’을 넘어서는 노력이, 진정한 AI 시대의 사회적 신뢰 기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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