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개발, 현실은 달랐다
제약업계 거액 투자에도 불구하고, AI의 진정한 가치 창출 지점은?
오랫동안 인공지능(AI)은 제약 산업의 오랜 숙원인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할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높은 실패율에 시달려온 제약사들은 AI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시험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가속화하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실제로 Eli Lilly, Roche, GSK, AstraZeneca, Merck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Nvidia와 같은 AI 전문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체적으로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등 AI 기술 도입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Eli Lilly의 최고 정보 및 디지털 책임자(Chief Information and Digital Officer)인 Diogo Rau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Rau는 AI의 진정한 이점은 신약 개발(drug discovery) 분야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제조 공정 최적화나 백오피스 업무 간소화와 같은 다른 영역에서 훨씬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이는 제약업계가 AI에 거는 기대와 실제 가치 창출 지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하며, AI 기술의 산업 적용 전략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AI가 특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초기 예측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며, 글로벌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술 도입의 방향성과 실질적인 가치 창출 지점을 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신약 개발 AI의 고배, 제조 효율화의 성공
Recursion Pharmaceuticals의 고군분투와 Eli Lilly의 생산 혁신 사례
Diogo Rau의 발언은 Eli Lilly가 Nvidia와의 수십억 달러 파트너십을 맺고 업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비단 Eli Lilly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Roche, GSK, AstraZeneca, Merck와 같은 다른 대형 제약사들 역시 최근 몇 달 동안 AI 전문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AI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임상 시험에서의 AI 효과는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RBC의 애널리스트 Trung Huynh는 AI가 임상 시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라는 약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AI가 실제로 임상 결과를 개선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직 없다고 지적하며, 업계의 성급한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AI 기반 신약 개발의 초기 개척자 중 하나인 Recursion Pharmaceuticals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줍니다. 설립된 지 거의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아직까지 AI로 개발된 단 하나의 신약도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는 전체 인력의 20%를 해고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제약 산업의 악명 높은 90% 신약 개발 실패율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으나, 그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약사들이 AI로부터 얻는 가장 큰 이점은 연구 혁신이 아니라 백오피스 업무 간소화와 제조 공정 가속화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Eli Lilly는 이 분야에서 AI의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li Lilly는 Mounjaro와 Zepbound의 활성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제조 공정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하여 압력과 온도 조합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AI가 신약 개발의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생물학적 난제보다는, 정밀한 제어와 최적화가 가능한 물리적 공정에서 훨씬 빠르게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신약 개발 자체에서도 몇몇 초기 긍정적인 신호는 있습니다.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업계 평균 약 4년이 걸리는 실험용 항암제를 18개월 만에 설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AI가 특정 개발 단계에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진전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인간 대상 임상 시험에는 여전히 수년이 걸린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BC는 AI가 향후 5년 동안 미국 제약 산업에서 약 9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AI의 잠재력이 여전히 막대하지만, 그 적용 분야와 가치 창출 방식에 대한 이해가 더욱 정교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AI 제약 전략의 재편: R&D와 운영 효율성의 균형
장기적인 혁신과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투 트랙 접근
이러한 사례들은 제약 산업 내 AI 기술 활용 전략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초기에는 AI가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약물 재창출, 임상 시험 설계 등 연구개발(R&D)의 최전선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데이터 관리, 공급망 최적화, 제조 공정 효율화와 같은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 영역에서 AI가 더 큰 즉각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아직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정형화된 데이터와 명확한 규칙 기반의 공정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제약사들이 AI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단기적인 투자수익률(ROI)을 위해서는 제조 및 백오피스 최적화에 더 집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 개발 AI 연구를 지속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이 유력해 보입니다. Eli Lilly와 같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성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물리적 세계의 복잡성을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여전히 신약 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가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아닌, ‘효율성 증대 도구’ 또는 ‘연구 속도 가속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Recursion Pharmaceuticals가 실험용 항암제 설계 시간을 단축한 사례처럼, 특정 단계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절약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수 있습니다. AI는 연구원들이 더 많은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강력한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AI는 제약 산업의 전반적인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AI 제약 혁신의 시사점과 미래 방향
실용적 가치 창출과 전략적 투자의 중요성
이번 분석은 AI 기술이 제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거창한 목표 아래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현재까지 AI의 가장 큰 가치는 제조 공정 최적화와 백오피스 업무 간소화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Eli Lilly의 사례와 RBC의 900억 달러 절감 추정치는 AI가 제약 산업의
참고
Maximilian Schreiner, AI is saving pharma billions in manufacturing and back-office work, just not in the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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