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스포츠입니다. 특히 이탈리아처럼 축구가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 된 나라에서는, 팬들의 감정 표현이 단순한 응원 그 이상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남기는 “분노의 댓글”이나 “기쁨의 이모티콘”은 단순한 감정의 폭발일까요, 아니면 팀 성적과 관련된 일종의 신호일까요?
바로 이 흥미로운 물음을 다룬 논문이 있습니다. Temporal Dynamics of Emotions in Italian Online Soccer Fandoms (Salvatore Citraro 외, 2025년 6월 발표)은 2023-24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83개 팀(세리에 A, B, 레가 프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린 수십만 건의 댓글을 분석하여, 팬들의 감정이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는 기존의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을 한 단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쁘다”, “화난다”는 감정의 양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이 얼마나 집중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시간성’이라는 변수로 다뤘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팬들의 감정 표현을 측정하는 데 ‘버스티니스(burstiness)’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쉽게 말해, 감정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폭발하듯 몰려나오는지를 수치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진은 통계 분석을 통해 ‘기쁨’ 감정의 버스티니스 값이 낮을수록, 즉 팬들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기뻐하는 팀일수록 실제 시즌 성적도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다시 말해, 팬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기뻐하기보다는, 평소에도 꾸준히 기쁨을 표현하는 팀이 더 강한 팀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 ‘기쁨의 시간적 구조’를 설명변수로 삼았을 때, 팀 성적을 예측하는 정확도(R² 값)가 무려 32%나 높아졌다는 결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즉, 쉽게 말하면 팬들의 감정이 꾸준할수록, 그리고 그 감정이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나타날수록, 그 팀의 시즌 성적도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좋아요’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오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기력 예측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분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mporal Dynamics of Emotions in Italian Online Soccer Fandoms (Salvatore Citraro 외, 2025년 6월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