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물류 시대의 심장을 다시 설계하다
전 세계 유통과 물류 산업의 기준을 다시 쓴 기업, 아마존(Amazon)은 단순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기술 제국’으로 진화해왔습니다. 1994년 제프 베조스가 미국 시애틀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30년 만에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800조 원)를 넘어서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 3대 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AWS), 콘텐츠 스트리밍(프라임 비디오), 스마트홈(알렉사) 등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배송 속도’에 있습니다.

DeepFleet 시스템 개요: 아마존의 생성형 AI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은 100만 대 이상의 창고 로봇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합니다. (출처: Amazon via The Decoder)
‘오늘 주문, 오늘 도착’이라는 소비자의 기대를 현실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교한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기술입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류창고(Fulfillment Center)를 전 세계에 구축하고, 배송 네트워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왔습니다. 미국 내에만 1,100개가 넘는 물류 시설을 운영하며, 드론 배송(Prime Air), 자체 화물기(아마존 에어), 중형트럭 운송망까지 직접 관리합니다.
로봇 군단의 역사: Kiva 인수에서 Proteus까지
아마존의 자동화 전략은 2012년 ‘Kiva Systems’라는 로봇 물류 스타트업을 약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오늘날까지도 아마존 기술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이후 Kiva는 ‘Amazon Robotics’로 개편되어 회사의 핵심 부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Hercules’(무거운 선반 운반용), ‘Pegasus’(개별 상품 이동용), ‘Proteus’(자율 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능의 로봇을 자체 개발·도입했습니다. 2025년 현재 아마존이 운영 중인 로봇 수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으며, 300개 이상의 창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Proteus는 사람과 동일 공간에서 충돌 없이 움직일 수 있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동안 아마존은 로봇 외에도 자동 분류 시스템, 컴퓨터 비전 기반 상품 추적 기술, 예측 재고 알고리즘 등을 도입하며 물류의 거의 모든 영역을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해왔습니다.
DeepFleet, 로봇을 통제하는 AI 관제사
2025년 7월, 아마존은 ‘DeepFleet’이라는 새로운 AI 시스템을 공개하며 로봇 물류 전략의 또 한 번의 전환점을 제시했습니다. DeepFleet은 생성형 AI와 경로 최적화 기술을 접목해, 100만 대가 넘는 창고 로봇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최적화하는 일종의 ‘AI 교통 관제사’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존의 로봇 시스템이 사전 설정된 경로를 따랐다면, DeepFleet은 매 순간 창고의 실시간 상태(혼잡도, 적재량, 충돌 위험 등)를 분석하고,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여 각 로봇에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생성’합니다. 아마존은 이를 언어 모델이 문장을 생성하듯, “로봇 이동 경로를 생성하는 AI”로 비유합니다.
DeepFleet은 아마존 내부 데이터, 센서 피드백, 로봇 상태 정보 등을 통합하여 수천 대의 로봇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게 합니다. 그 결과, 로봇의 이동 시간은 평균 10% 단축되고, 에너지 소비와 병목현상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가 설계하는 미래 물류, 일자리와 산업도 흔든다
DeepFleet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물류 운영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도구입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센터의 평균 직원 수는 2020년 1,000명에서 2025년 67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일본의 한 물류센터에서는 최근 인간보다 로봇이 더 많은 환경이 실현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자동화가 곧 일자리 소멸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아마존은 2019년 이후 7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 기반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DeepFleet 도입 이후 루이지애나 시설에서는 유지보수 및 기술직 비중이 30% 증가했습니다. 인간은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되는 대신, AI와 로봇을 관리·유지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류 기술의 진화, 아마존의 다음 수
DeepFleet은 아마존에게 ‘배송 속도와 효율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실현할 핵심 무기입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AI가 실제 산업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노동과 역할을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AI가 물류의 길을 스스로 찾는 시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똑똑하게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DeepFleet과 같은 시스템을 더 넓은 산업군에 어떻게 확산시키느냐에 있습니다. 제조, 병원, 공항, 항만 등 복잡한 이동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이 같은 AI 기반 경로 생성 시스템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물류를 재구성함으로써, 노동과 기술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흐름에 어떤 기업과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 Amazon. (2025, July). Amazon’s new DeepFleet mode helps robots deliver your packages even faster. THE DECODER.
- TechCrunch. (2025, July 1). Amazon deploys 1 millionth robot, releases generative AI model.
- Wall Street Journal. (2025, July). Amazon Is on the Cusp of Using More Robots Than Humans in Its Warehouses.
- Investopedia. (2025). Amazon’s Robotic Warehouse Workforce Nears Size of Human Staff, Report Says.
- Digital Commerce 360. (2025, July 3). Amazon reveals DeepFleet, its AI model developed for robotics.
- TechTarget. (2025). Amazon foundation model for robots shows what’s 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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